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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언론에 11일 보도된 문부과학성의 중·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이하 해설서) 개정 방침은 독도에 대한 일본의 도발 수위가 한층 높아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일본은 2008년 7월 중학교 해설서를 개정하면서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반영했다가 한국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이를 의식한 때문인지 2009년 12월 새로 만든 고교 해설서에는 독도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교도=연합뉴스DB)이것이 한일 관계를 배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지만, 당시 발표한 고교 해설서도 엄밀한 의미에서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주장의 연장선에 있었다.
고교 해설서가 "중학교에서의 학습에 입각, 우리나라(일본)가 정당히 주장하고 있는 입장에 근거해 적확하게 취급, 영토문제에 대해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명시했는데 중학교 해설서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나온 문부과학성의 방침은 그간 고교 해설서에 우회적으로 반영한 영유권 주장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일본 정부가 독도에 관해 밝힌 다른 계획에 비춰볼 때 해설서 개정은 독도와 센카쿠 열도 등 일본이 주장하는 영토에 관한 메시지를 보다 선명히 하려는 방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일본 내각회의는 2014 회계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영토보전 대책 관련 예산'을 전년도 정부안보다 23.8%가량 늘어난 10억 엔으로 책정하는 등 재정적인 뒷받침을 약속했다.
아베 총리는 작년 12월 자민당 영토에 관한 특명위원회에서 독도 문제에 대해 "대외 활동을 중시해야 한다"며 국제적인 여론 조성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일본 정부는 전문가를 활용해 메시지를 전파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정책 기조로 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동영상을 한국어 포함 9개 국어 버전으로 추가 제작해 유포했다. 자민당은 독도 주변의 일기예보를 NHK 등을 통해 내보내자는 제안까지 했다.
일본 외무성은 서울과 베이징에 주재하는 외신 특파원 백 수십 명을 일본으로 불러 시마네(島根)현을 시찰하게 하고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려고 기획 중이다.
여기에 일본 시마네(島根)현은 다음 달 22일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 행사에 아베 총리를 초청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안은 대부분 독도 외에도 센카쿠 열도,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등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다른 지역과 함께 검토·논의되고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한때 독도 영유권 주장을 관철하려고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카드까지 꺼냈던 점을 고려하면 장기전에 대비해 여론 조성에 돌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겉으로는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도발을 서슴지 않는 아베 내각의 판단에 따라 2012년 광복절을 앞두고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고 나서 거세진 일본의 독도 영유권 도발이 분수령을 맞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