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역사왜곡에 국내 학계 일제히 비판
동북아역사재단 27일 긴급 학술회의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자국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강화된 교과서가 26일 일본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것과 관련, 국내 학계가 일제히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학자들은 '한국이 독도를 일방적으로 점거하고 있다' 등의 내용이 수록된 일본고등학교 새 교과서가 일본 학생들의 역사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손승철 강원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과거 일본인들은 독도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는데 교과서에 독도 관련 내용이 정식으로 기술되고 학생들에게 이를 가르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평균 4년에 한 번 교과서가 개편되는데 이런 방향으로 계속 나가면 10년 안에 일본 국민 전체가 독도를 일본땅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21종의 교과서 가운데 독도 관련 기술이 포함된 교과서는 모두 15종.
이 중 3종의 교과서(일본사 2, 세계사 1)에 올해 처음으로 독도가 표시된 지도 또는 독도 관련 내용이 수록됐다.
특히 데이코쿠(帝國)서원 지리 교과서는 '한국이 독도를 일방적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서술했고, 도쿄서적 지리 교과서에는 독도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나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할 필요성을 거론하는 대목이 들어갔다.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일본의 우경화가 심각하다"면서 "일본 우익들이 정권을 잡고 (독도 문제 등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학준)은 "일본 정부의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이 고등학교 교과서에 '독도 고유영토론'이라는 형태로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7일 오후 긴급 학술회의를 열어 일본 교과서 검정 결과의 의미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서종진 연구위원은 '2013년 일본 교과서 검정의 의미와 한국관련 기술 내용 개관'이라는 제목의 발표문에서 이번 교과서 검정의 의미를 최근 일본의 교육개혁 움직임과 관련해 분석한다.
윤유숙 연구위원은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 독도기술 추이와 실태'를 주제로 1945년 패전 이후 일본 교과서의 독도 기술 추이를 살펴보고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의 독도 기술 현황과 그것이 갖는 의미를 진단한다.
윤 연구위원은 특히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의 독도 기술에서 '고유 영토론'이 부각되고 있는 점을 집중 분석할 예정이다.
김영수 연구위원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초·중등학교 역사교과서 독도 기술의 차이점을 비교해 살펴보고 서현주 연구위원은 일본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의 일본군 '위안부' 기술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