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일본정부 주장이 허구임을 밝혀온 일본인 학자 나이토 세이추 (內藤正中) 시마네(島根)대 명예교수가 83세를 일기로 지난 16일 타계했다. 일본인으로서 자국의 국익보다는 학자의 양심에 따라 외롭게 독도문제의 진실편에 서왔던 그의 뒤늦은 부고에 허전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고 나이토 교수는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일본내의 억지 주장을 치밀하고 양심적인 연구를 통해 실증적으로 반박, 비판해온 집념의 고독한 독도학자였다.
나이토 교수는 1990년대 중반 독도는 일본영토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료를 접한 이후부터 20여년 간 독도연구를 하면서 노년을 보냈다. 그는 생전에 사료를 접할수록 일본정부의 주장이 허구라는 것을 알게 됐으며 학자의 입장에서 그러한 진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고 말해왔다. 고인은 2000년대 중반부터 언론 인터뷰, 기고 등을 통해 일본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실제 행동에 나섰다. 일본 월간지 `세계' 2005년 9월호에 일본 외무성 주장의 허구성을 낱낱이 비판한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인가'라는 논문을 기고해 일본사회에서 주목을 받았던 것도 그중 하나다. 그의 이런 연구 활동은 한국내 강연, 학술회의 참석 등으로도 이어졌었다.
고인은 1905년 단행된 일제의 독도 자국영토 편입이 당시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사실을 익히 알 수 있었던 일본 정부 요직의 관리들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 어업인을 사주해 꾸며낸 공작이었다는 사실을 상세히 밝혀낸 논문을 발표했다. 나이토 교수는 2008년 일본 외무성이 발간한 자료집 '다케시마 10문 10답'을 조목조목 비판한 소책자 '다케시마=독도 문제 입문'을 펴냈다. 그의 이런 노력들의 결과 일본 고유영토론은 적어도 일본 학계에서는 사실상 설자리를 잃게 됐다.
나이토 교수는 대한제국이 1900년 공포한 칙령 제41호에 나오는 `석도(石島)'가 독도(獨島)임을 지칭하는 1905년 이전의 실증적 기록들을 찾아내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한국학자들은 석도가 지금의 독도라는 근거로 "당시 울릉도 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전라도 출신들이 돌(石)을 사투리로 독(獨)으로 발음했고 중앙정부는 이것을 한자로 석도(石島)로 칙령에 표기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일본 측에서는 이를 단지 하나의 `주장'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당시의 신문, 잡지, 관련문서 등에서 석도가 독도임을 보여주는 기록을 찾아야 한다고 기회있을 때마다 역설했던 인물이다.
일본정부의 독도영유권 주장을 비판해온 일본인 학자는 손에 꼽힌다. 나이토 교수는 `독도문제의 역사적 고찰' 논문을 통해 일제 독도편입의 허구성을 처음으로 폭로한 재야 사학자 야마베 겐타로(山邊 健太郞.1977년 작고)씨, 국제법적인 관점에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을 비판했던 가지무라 히데키(梶村秀樹.1989년 작고) 전 가나가와(神奈川)대 교수에 이어, 실증사료 연구를 통해 일본에서 독도문제 진실의 등불을 외롭게 밝혀왔다. 그의 타계로 인한 독도 영유권 연구의 공백은 당분간 클 것 같다. 일본에서 나이토 교수가 그동안 해왔던 독도 연구의 계보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연합뉴스] 2012/12/25 17:2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