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광태의 독도
독도, 서른 번 넘게 밟았어도 그리운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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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 푸른 하늘 독도의 주인은 하얀 갈매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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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는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섬. 저 홀로 대한민국의 동쪽 끝을 지키는 섬. 거친 파도를 묵묵히 견디는 저 바위섬. 1982년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가요로 독도와 인연을 맺은 지 26년이 흘렀다. 그동안 독도에 다녀온 게 30여 차례, 거친 파도 때문에 울릉도에 발이 묶여 애간장을 태운 것도 셀 수 없이 많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 리 /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 독도는 우리 땅’.
독도는 울릉도에서 89.493㎞ 떨어진 대한민국 영토다. 태극기를 펄럭이며 독도유람선이 거친 파도를 넘는다. 독도수호대와 함께 2000년 8월에 뗏목을 타고 건너던 그 바닷길이다. 도동항을 출항한 지 1시간20분. 동쪽 멀리 심해선 밖에서 독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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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주변에서 따낸 전복과 해삼은 씨알이 굵고 향과 맛이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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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이 속도를 늦추자 새들의 분비물로 하얗게 변한 암초와 웅장한 서도가 차례로 나타난다. 새들의 고향답게 서도를 하얗게 뒤덮은 괭이갈매기들이 먼저 마중을 나온다. 2004년 8월에 45명의 애국전사들과 함께 울릉도∼독도 수영 종단에 성공했을 때도 녀석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며 반겨 주었다. 동도와 서도를 중심으로 78개의 암초로 이루어진 독도는 단순한 섬이 아니다. 수많은 군사를 거느린 두 명의 장군이 호령하듯 우뚝 솟은 독도는 바다의 영혼이다. 일본이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은 신라장군 이사부가 알고 세종실록지리지가 증명한다.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 동경 백삼십이 북위 삼십칠 / 평균기온 십이도 강수량은 천삼백 / 독도는 우리 땅’.
해발 168.5m 높이의 서도는 산꼭대기가 뾰족한 원뿔형으로 98.6m 높이의 동도보다 크다. 하지만 봉우리가 가팔라 접근이 어렵다. 해안 절벽에 뚫린 수많은 동굴은 서도의 매력 포인트. 탕건을 닮은 바위와 독도에 처음으로 살았던 고 최종덕씨가 절벽을 깎아 세운 어민 숙소도 서도의 상징물이다.
폭 110∼160m의 얕은 물길을 사이에 두고 서도를 마주보는 동도는 정상이 비교적 평탄하다. 독도경비대가 생활하는 막사와 헬기장 등 군사시설은 물론 1954년 광복절에 처음으로 불을 밝힌 독도등대, 독도의용수비대원들이 새긴 ‘한국령’이란 표석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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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형을 닮은 지도바위는 동도의 암벽 경사면에 걸개그림처럼 걸려 있다. 지도바위는 일부러 깎아 만든 바위가 아니다. 460만 년 전 해저에서 독도가 2000m 높이로 솟을 때부터 있던 바위다. 오늘도 일본 땅을 향해 ‘나는 다케시마가 아니다’고 외치는 지도바위의 모습이 늠름하고 당당하다.
‘오징어 꼴뚜기 대구 명태 거북이 / 연어알 물새알 해녀 대합실 / 십칠만 평방미터 우물 하나 분화구 / 독도는 우리땅’.
독도는 생태계의 보고다. 자연수족관으로 불리는 해저에는 자리돔과 돌돔·오징어·대구·명태 등 갖가지 물고기가 떼지어 헤엄친다. 척박한 화산암에 뿌리를 내린 식물은 78종. 별꽃과 섬기린초·땅채송화·괭이밥 등이 철따라 형형색색의 꽃망울을 맺는다.
어디 그뿐인가. 쪽빛 하늘엔 괭이갈매기와 흑비둘기·멧비둘기·솔개·쇠가마우지·노랑지빠귀 같은 새들이 몰려 날며 노래한다. 봄빛 도는 독도는 먼바다를 날아온 괭이갈매기 세상이다. 독도에서 짝짓기를 한 녀석들은 새끼가 비행술을 익히는 가을에 섬을 떠난다. 독도는 천연기념물 336호다. 독도에 입도하더라도 선착장 이외의 곳은 마음대로 다닐 수 없다. 깊이 80m의 콘크리트 구조물인 선착장 내에서만 산책이 가능하다. 머무는 시간도 30분 남짓.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독도의 검푸른 바다 밑에는 6억t의 하이드레이트가 묻혀 있다. ‘불타는 얼음’으로 알려진 하이드레이트는 95% 이상이 메탄으로 이루어진 청정연료다. 우리가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진짜 이유가 이 때문 아닐까.
‘지증왕 십삼년 섬나라 우산국 / 세종실록지리지 오십쪽 셋째 줄 / 하와이는 미국 땅 대마도는 몰라도 / 독도는 우리 땅’.
나의 호적은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다. 독도 최초의 주민인 고 최종덕씨와 현재 독도에서 살고 있는 어부 김성도씨에 이어 1999년에 독도로 호적을 옮겼다. ‘독도는 우리 땅’을 불러 인기절정이던 1990년. 나는 가수 생활을 접고 미국으로 이민 갔다. 미국 생활 6년째. 일본이 독도를 또 자기네 땅이라고 우긴다는 후배의 전화 한 통에 홀린 듯 귀국했다. 그리고 다시 ‘독도는 우리 땅’을 불렀다. 그때까지 나는 미국 영주권자였다. 어느 날 미국 영주권을 가진 사람이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게 모순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주권을 포기했다. 그리고 다시 목소리 높여 노래 부른다. 우리 후손들에게 우리의 독도를 물려주자는 일념으로.
‘러일전쟁 직후에 임자 없는 섬이라고 / 억지로 우기면 정말 곤란해 / 신라장군 이사부 지하에서 웃는다 / 독도는 우리 땅’.
Tip
■ 울릉도 가는 뱃길이 4월부터 늘어난다. 묵호항에서 매일 오전 10시에 뜨는 한겨레호는 2시간20분(4만5000원), 포항에서 매일 오전 10시 출항하는 썬플라워호는 3시간(5만4500원) 걸린다. 주말에만 운행하던 씨플라워도 18일부터 묵호항에서 매일 출항한다.
■ 독도에 들어가려면 울릉도에서 매일 오후 2시에 출항하는 한겨레호를 타야 한다. 왕복 4만원. 4월 18일부터는 씨플라워호도 투입된다. 오후 1시에 출발. 배를 대지 못할 정도로 파도가 심하면 선회관광으로 대체한다. 입도 인원은 1회 200명, 1일 400명으로 제한(대아고속해운 054-242-5111).
■ 한국드림관광(02-849-9013)은 2박3일 일정의 울릉도 여행상품을 선보였다. 왕복 교통편과 숙식비 등을 포함한 요금은 숙박업소 등급에 따라 23만4000∼33만5000원(어른 기준). 약수공원 맞은편의 산비탈에 위치한 독도박물관에는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증명하는 각종 역사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어업전진기지인 저동항에 가면 독도 근해에서 잡은 전복과 해삼, 그리고 새우 등을 맛볼 수 있다. 도동항에 위치한 성인봉모텔(054-791-2677)은 한국관광공사가 인증한 굿스테이. 깨끗하고 안전한 우수숙박업소로 양실·한실·특실이 있다. 요금은 비수기 4만∼4만5000원, 성수기 5만5000원.
■ 울릉군은 4월 18∼19일 나리분지에서 산나물축제를 개최한다. 비빔밥 만들기, 더덕 캐기, 산나물요리 경연대회 등 산나물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행사가 진행된다(울릉군 문화관광과 054-790-6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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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광태 = 1955년 서울 출생. 가요 ‘독도는 우리 땅’으로 KBS 남자 신인가수상 수상(1983년). 가요 ‘도요새의 비밀’ 발표(1984년). 독도로 본적 옮김(1999년). 울릉도∼독도 뗏목 탐사 참가(2000년). 울릉도∼독도 수영 종단 참가(2004년). 가요 ‘아름다운 독도’ 발표(2001년). ‘정광태·김흥국의 독도로 날아간 호랑나비’ 앨범 발표(2005년). 화관문화훈장 수상(2005년).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 땅’ 발간(2005년). 현재 울릉도·독도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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