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반해 일본은 1980년대부터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가치를 인식하고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대규모 조직을 구성, 1989년 홋카이도(北海島) 근해에서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존재하는 것을 처음 확인한 이래 최근까지 일본 영토 내에 100년 동안 쓸 수 있는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찾아놓은 상태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첨예한 관심이 되고 있는 독도는 그동안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독도 경비대 주둔 논란 수준을 넘어 민간인 거주, 한·일 영토 영유권 분쟁, 한·일 배타적경제수역(EEZ), 그리고 신(新)한·일어업협정 문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독도 문제는 한·일 양국이 순수한 역사적인 입장에서 접근하면 서로의 주장에 따라 해결의 실마리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므로 다각적 방법으로 접근해 전략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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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의 가스 하이드레이트도 마찬가지다. 전략적 가치 접근 방법에 의해 자원적인 입장에서만 바라 볼 수만 없고 분지(Basin), 지진(Earthquake), 그리고 쓰나미(Tsunami)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 지질연구소(USGS)가 가스하이드레이트 벨트를 분석한 결과 대륙에서는 영구 동토인 러시아, 알래스카, 캐나다 등 지역에, 대륙붕에서는 지진대(Seismic Belt)를 따라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분포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USGS에 의하면 일본의 가스 하이드레이트 부존 지역은 12개로 대표적인 일본 분지(Japan Basin)에 5개, 난카이 지역(Nankai Trough)에 4개가 존재한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대부분 이들 분지에 따라 발달돼 있다.
한국에서의 분지는 황해분지, 제주분지, 울릉분지 등 3개이며 부산과 일본 쓰시마 사이에 ‘Korea Trough’가 있다. 구글어서(Google Earth)로 확인하면 황해분지 및 제주분지는 발달되어 있지 않지만, 울릉분지는 일본분지(Japan Basin)와 마찬가지로 발달되어 있다. 제주분지는 멀리 동중국해까지 뻗어 있으며 울릉분지는 일본 쓰시마까지 연결돼 있다.
러시아 과학원 무기화학연구소는 캐나다, 일본과 함께 가스 하이드레이트 지대를 연구한 결과 캐나다 북쪽 비포트해, 러시아와 알래스카 사이의 베링해, 오호츠크해와 일본열도 근해에서 가스 하이드레이트층을 발견했다.
전 세계 가스 하이드레이트 분포층에서 동해는 잃어버린 고리를 이어주는 중요한 지역 중의 하나다. 한국과 일본은 지형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제주분지, 울릉분지, 일본분지가 연결돼 있으며 이들 지형은 쿠릴열도를 만나 베링해를 지나 캐나다, 미국, 그리고 남미 칠레까지 이어지는 가스 하이드레이트 벨트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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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대한 가스하이드레이트 벨트에서의 중심은 울릉분지이고 그곳에서 독도가 중심이다. 지난 6월 동해에서 실물 채취한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위와 같은 사실을 방증하는 것으로 2005년 정부차원에서 울릉분지를 대상으로 가스 하이드레이트 기초탐사를 실시한 결과 약 6억 톤의 매장량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주성분은 메탄으로 천연가스가 얼음처럼 굳어 있는 형태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온도와 압력에 민감하게 반응해 일정 조건을 넘어서면 쉽게 녹는다. 이와 같이 온도와 압력 조건의 변화에 따라 진행되는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분해는 지반을 침하시키고 해저를 붕괴시킬 수 있다.
가스 하이드레이트 개발에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 있는 러시아 과학원은 남아시아 쓰나미의 원인이 인도네시아의 무리한 시추 때문일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가스 하이드레이트 시추작업으로 인해 지각판이 수직으로 이동하면서 균열, 해수면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쓰나미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화산, 지진, 쓰나미, 해저붕괴 등으로 인한 일본 침몰 시나리오가 거론돼 왔다. 그것에 대비한 국가 위기관리시스템도 잘 되어 있다. 그렇지만, 가스 하이드레이트 개발에 의한 해저붕괴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다.
일본은 가스 하이드레이트 개발이 자칫 지반 침해, 해저 붕괴를 가져와 쓰나미 등의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계한다. 독도 근해 가스 하이드레이트 개발이 울릉분지의 해저붕괴를 가져와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이 독도 영토권을 주장하는 이면에 그러한 ‘두려움(일본 침몰)’이 작용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한국과 일본에서 독도는 뜨거운 감자이다. 독도 영토 주장은 자원(수자원, 광물자원, 화석연료, 가스 하이드레이트), EEZ(배타적 경제수역), 자연 재앙(쓰나미 등), 그리고 국민적 단결을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끝까지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독도에 대하여 새롭게 전략적으로 접근해 정부, 국책ㆍ산ㆍ학 연구소, 그리고 민간단체가 체계적이고 과학적이고 분석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 독도를 바위(Rock)가 아닌 섬(island)으로 분류, 민간인이 거주하고 경찰의 치안유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경제적배타수역(EEZ) 문제도 일본과 재협상, 비록 제주도 남쪽 일부를 잃을 지라도 섬인 독도를 기선으로 EEZ 중간지역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개발하지 않으면 해수면 상승을 가져올 수 있고 메탄 가스 발생으로 인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할 수 있으므로 개발이 불가피하다. 교토의정서 취지에 맞춰 청정 에너지인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개발, 탄소배출권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
백우현(66) 경상대 명예교수는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가치를 국내에 처음 알린 장본인이다. 백 명예교수는 1997년 12월 러시아 과학원 소속 무기화학연구소에서 외국인 최초로 명에박사 학위를 수여받게 됐다는 소식과 함께 뜻밖에 가스 하이드레이트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연구소 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Vladimir Kuznetsov) 소장이 1990년 서울에서 열린 유럽-아시아 화학자대회(2회) 때부터 우정을 쌓아온 동료 학자에게 '마음의 선물'을 전한 것. 러시아 측이 파악한 전 세계 가스 하이드레이트 자료에는 놀랍게도 한국의 동해바다 한 지점에 붉은 색으로 하이드레이트 분포 추정지역이 표기돼 있었다.
이듬해인 98년 5월, 백 명예교수는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을 위해 다시 러시아에 갔을 때 일본이 독도에 대해 영토권을 주장하는 중요한 이유가 동해상의 풍부한 해양자원(가스 하이드레이트 등) 확보를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그리고 일본의 친분 있는 환경학자로부터 일본이 가스 하이드레이트 연구 및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단순히 에너지 확보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 오염을 방지하고 더 나아가 일본 열도의 지반 침하와 관련된 국가 생존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 약력
동국대 화학과 졸업.
동 대학 석ㆍ박사 과정 수료.
한국과학기술원 무기화학연구실 교환교수.
경상대 기초과학부 화학과 교수. |